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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이야기 - 영화 봄

흑산도의 풍광에 빠지다. 오송자동차극장에서 본 흑백영화 '자산어보'-이준익 감독, 설경구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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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프로그램에서 악동뮤지션 수현이 새벽일탈로 오송자동차 극장을 방문하는 장면이 나왔다.
오랜전 남편과 데이트 할때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떠올라 집에서 이리뒹글 저리뒹글하고 있는 작은아이와 오송자동차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자동차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 반 기대반으로 따라 나서는 아이는 신나했다.
자동차 극장에서 본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로 배우 설경구, 변요한이 주인공인 흑백영화이다.
이준익 감독님의 흑백영화 '동주' 에 이어 두번째 흑백 영화로 마치 수묵화를 그려낸것 처럼 탁월한 영상미를 갖고 있다.
흑백영화를 본다는건 그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낀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어보'에서 자산은 흑산도 의 다른 이름이고 어보는 물고기 백과사전이라는 뜻이다.
'자산어보'는 200년 전 서해 흑산도로 유배를 간 실학자 정약전과 그의 벗이된 청년 어부 창대의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유배는 사형 다음의 중형이였고 요즘으로 말하면 종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내륙에서만 살았던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흑산도라는 척박한 섬에서 지내면서 섬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창대는 가난하고 서자인 미천한 신분을 갖고 있지만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성리학의 도리를 따라 입신양면을 꿈꾸는 어부 청년이다.
바다라면 훤하게 알고 있는 창대에게 정약전은 책 쓰는것에 도움을 구하고 창대는 이를 거절한다.
하지만 혼자서 글 공부하는데에 한계를 느낀 창대는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한 정약전의 거래를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창대는 성리학은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성리학을 버리고 서학을 받아들인 정약전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창대가 아버지께 인정 받고 출세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했던것을 알게된 정약전은 실망을 하고 창대는 '자산어보'보다 '목민심서'의 길을 택하여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
창대는 성리학의 도리를 따라 곧은 길을 가려고 하지만 결국 좌절하고 만다.


정약전과 창대가 갖는 가치관이 달라 둘은 다른 길을 가게 되지만 결국 정약전은 창대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고 창대는 다시 흑산도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본 '자산어보'는 그림 같은 풍경에 사람 냄새와 바다 냄새가 물씬나서 볼수록 진한 여운이 묻어나는 흑백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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